[이영주 시인에게 묻다] 항상 시에 대해 궁금했지만 차마 시인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 - 3

  •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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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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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사기고



처음 시란 걸 쓰기 시작했어요. 아직 시가 뭔지도 모르는데 계속 써도 될까요?



그런 말이 있죠. 시는 모른다.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 시는 그저, 모르는 것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시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인지 모르는 시를 향해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낍니다.

내가 시를 써도 될까. 나는 시를 왜 쓰고 싶을까. 그런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 칠 때, 이상하게 겁도 나고 설레면서 어쩐지 그 세계로 가보고 싶은 복잡한 심경에 휩싸입니다. 누군가의 시를 읽고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내 마음에 낯선 진동이 생겨날 때, 자신도 모르게 시 비슷한 것을 끼적이고 있습니다. 그게 시가 될까요? 내가 쓰는 이상한 낙서들이 시가 될까요? 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복잡한 마음의 풍경을 계속 쓰고 싶은 욕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한 마음의 움직임이 시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방식의 표현들이 있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단순하고 일차적인 소통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멍이 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지시적인 언어로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라는 의문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인간에게는 내면의 움직임을 진실하게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지시적인 언어로는 해결되지 않는, 미묘한 마음의 움직임. 타인에게 전달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어쩐지 그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은 이상한 진실들 말입니다. 일차적인 소통에서 오는 결핍과 부재를 자기 안에서 감각적으로 느끼는 사람들. 모두가 시를 써야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한 마음의 비밀이 꿈틀거릴 때, 우리는 시를 쓰기 시작합니다.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쓰기 시작합니다. 그게 바로 내면 깊은 곳에서 시를 호출하는 자신의 용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당신은 시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시는 쓰이고 있습니다. 이제 시에 대한 욕망이 없었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쓰겠다, 라는 생각 없이도 저절로 쓰고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시의 본질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르죠.
시가 무엇인지 몰라도 시는 쓸 수 있습니다. 시란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 누가 자신의 내면에서 회오리치고 있는 감성의 모양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요. 정확하게 안다면 굳이 시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의 내면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점점 넓어지며 깊어집니다. 그러한 마음의 물결을 따라 하나씩 하나씩 적어내려 가는 것. 어설프지만 그때그때 나를 휩싸고 도는 미묘한 매력의 세계를 풀어나가는 것. 부족하지만 그렇게 자신만의 문장을 켜켜이 쌓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의 세계로 진입하는 아름다운 시작입니다.

시는 쓰면 쓸수록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는 풍부한 비밀창고입니다. 단 한 가지의 보물만 캐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삶이 이어지는 한 비밀의 목록이 늘어나는 신기한 창고입니다.

내 안에 담긴 진실한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우리는 일종의 희열을 느낍니다. 그러다 보면 또다시 모르는 비밀들이 생겨난다는 묘한 쾌락이 자신을 이끌어가게 되지요.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시라는 것. 현실적으로 무용하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것. 오로지 자신의 내면을 넓히고 풍부하게 만들고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는 마술적인 힘만 있는 것. 그리고 어설픈 자신의 언어를 시로 읽어주고 그 시에 타인이 감동받는다면 그야말로 인간이 가진 신비로움 중 가장 매력 있는 부분이 아닐까요.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는가'라는 방법적인 문제는 시를 쓰기 시작해야만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쓰고 혼자서 읽고 그렇게 끝내는 것도 좋지만 시를 쓰는 사람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시를 탐색하면 충분히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지요. 시를 조금씩, 그러나 지치지 않고 꾸준히 써나간다면 자신만의 시를 쓰게 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와 함께 그 세계를 향유해보면 어떨까요?^^ 저도 여러분이 쓴, 신선한 언어의 세계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시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쓰고 싶다, 라는 욕망이 자신을 이끌어간다면 그때부터 시로 인해 삶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함께 읽고 쓰는 일, 그렇게 시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시를 쓰고 읽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생각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근사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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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시인)

1974년 서울 출생.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 <차가운 사탕들>이 있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 졸업. 한예종, 명지대, 경희대 등에서 시창작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현재 불편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한겨레 글터 시창작 강의에서 <세계의 문학> 강지혜 시인, 문체강화 수업에서 <심훈 문학상> 이태승 소설가, 명지대 구현우 시인, 한예종 김정진 시인 등등 이영주와 인연이 닿은 시인, 소설가들이 문단에서 열심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