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연재-수강생 작품] 구멍(3) - 서아름 (서유미의 손바닥 단편소설 창작 39기 수료)

  •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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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강생 작품


 은주는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었다. 밤이 불러오는 어둠은 구멍의 그것과 결이 같아서 낮엔 아무렇지 않다가도 밤만 되면 구멍 깊은 곳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회사를 오가며 하루에 몇 번이나 구멍 옆을 지났지만 그간 은주는 구멍이 있는 쪽으로는 한 톨의 시선도 흘리지 않았었다. 거하게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동료들이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의 치기어린 걸음으로 구멍을 기웃거릴 때도 은주는 멀찍이 서서 그들의 등을 지켜보기만 했다. 먹이를 기다리듯 넘실거리는 어둠에 집어삼켜지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부질없이 은주의 일상은 구멍 속 어딘가에 뚝 떨어져버렸다. 불을 끄고 누우면 턱 밑까지 몰려오는 어둠에 숨을 쉴 수가 없었고, 결국 몸을 일으켜 괜스레 청소기를 돌리거나 걸레질을 했다. 그러다 온 방의 불을 밝게 켜두고 잠깐 눈을 붙이면, 한껏 짓뭉개져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그림자가 괴괴한 정적을 가르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매 순간이 악몽이었다.
 
 은주는 구멍 앞에 섰다. 구멍을 본 첫 날 이후, 제 발로 다가간 것은 처음이었다.
 구멍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짙은 어둠으로 채워져 있었다. 안쪽으로 불빛을 비쳐보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에 지워졌다. 이 안으로 뛰어든다면 끝을 알 수 없는 추락만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사수는 지금 저 안 어디쯤일까. 그는 이 구멍의 밑바닥에 안착했을까. 어쩌면 아직도 구멍 속을 낙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멈출 심산으로, 은주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 구멍을 향해 크게 소리를 토해냈다. 그러자 은주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기분 나쁜 메아리가 구멍 속을 빙글빙글 돌며, 기괴한 울음소리 같은 것을 그치지 않고 내뱉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