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연재-수강생 작품] 구멍(1) - 서아름 (서유미의 손바닥 단편소설 창작 39기 수료)

  •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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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강생 작품



 새벽을 찢는 굉음은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기묘하고 참혹한 소리였다. 그것은 산채로 사지가 찢어지는 자의 처절한 단말마 같기도 했고 롤러코스터의 최고점을 찍고 추락하는 이들의 스릴에 찬 비명 같기도 했다. 굉음은 짧지만 강렬하게 서울을 깨웠고 도심은 굉음의 원인을 찾는 불빛들로 하나 둘 밝아졌다. 잠에서 깨 창을 여니, 마찬가지로 창을 열고 밖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소리는 꿈이 아닐까 착각이 들만큼 찰나였고 주위를 둘러봐도 적막이 낮게 드리운 여느 때의 새벽이었으므로, 사람들은 다시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뿐이었다.
 
 출근길에 유난히 차가 밀렸다. 라디오에선 강남대로변에 사고가 나 도로를 봉쇄중이라고 했다. 월요일 아침부터 무슨 사고야. 은주는 멈춰선 버스 안에서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20분 째 신호 하나를 지나지 못했으니 그럴 법도 했다. 버스에서 내려 잰걸음으로 곧장 걷던 은주는, 문득 앞쪽에서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웅성거리고 있음을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이미 출근 시각이 지났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채, 그네들과 같이 우뚝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8차선 도로 한 가운데에 거대한 구멍이 있었다. 그 자리에 원래 무엇이 있었는지 감히 떠올리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한 구멍이었다. 그것은 완성된 그림 위에 누군가 실수로 먹물을 한 방울 떨어뜨린 듯이, 믿을 수 없는 곳에 믿을 수 없는 모양새로 난데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주가 압도당한 이유는 단순히 구멍이 거대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어둠이 그곳에 있었다. 빛 한 점 품고 있지 않은 새카만 어둠은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은 채 구멍을 채워, 쉬이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도록 했다. 무심코 구멍을 향해 한 걸음 내딛자, 어둠이 거멓게 넘실거리며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기세로 일렁였다. 바람이라도 불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구멍에서 튀어나와 일대를 전부 뒤덮어 버릴 것만 같아서, 은주는 뱉으려던 숨을 저도 모르게 들이마셨다. 문득 지난 새벽의 굉음이 떠올랐다. 천지가 뜯어지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싶던 그 소리는 바로 눈앞의 이 구멍이 만들어지는 소리였을 거라고, 은주는 확신했다.
 경찰들은 도로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두르고, 다가오는 시민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런 구멍이 생길 수 있는지, 사람들이 경찰에게 묻는 게 들렸지만 경찰들은 싱크홀로 추정중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