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선의 글쓰기 카운셀링001] 삼다(三多)를 하는데도 글이 안 늘어요"

  • 2018.03.09
  • |
  • 유용선
  • |
  • 강사기고


 


삼다(三多)를 하는데도 글이 안 늘어요.”
 
 
아마도 여러분은 삼다(三多)라는 말을 국어 시간이나 지리 시간에 들어 보셨을 겁니다. 국어 시간에 들은 삼다가 먼저 떠올랐다면 , 그거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많이 생각(다독다작다상량, 多讀多作多商量)해야 한다는 말 아니에요?” 하실 거고, 지리 시간에 들은 삼다를 먼저 떠올렸다면 제주도?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 하실 겁니다. 여기선 당연히 국어 시간에 자주 나오는 삼다입니다.
 
중국 송나라 시절에 구양수라는 이름의 문인이자 고급관료인 사람이 있었어요. 문장이 하도 좋아 주변 사람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하는 질문을 엄청 받았지요. 그래서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다문다독다상량, 多聞多讀多商量)해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는데, 세월이 흘러 듣다가 읽다로 바뀐 거예요. 종이가 귀해서 책도 귀했던 시절이니 읽으라는 말보다 들으라는 말을 선택했을 거예요. 자상하기도 해라.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는 질문은 글을 잘 쓰는 사람뿐만 하니라 글을 개성껏 아주 잘 쓰는 제자들을 여럿 키워내는 선생도 자주 들어요. , 저 같은 사람이요. 그런데요, 제가 그 제자들로부터 자주 들은 질문이 하나 있답니다.
 
삼다(三多)를 하는데도 글이 잘 안 늘어요.”
 
이른바 문학청년들 가운데에는 독서량과 습작분량이 엄청난 친구들이 제법 있어요. 생각을 많이 하는지는 뇌를 들여다볼 수 없으니 알 수 없지만, 누구라도 생각 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지는 않을 테니 틀림없이 삼다를 하는 사람들인 게죠. 겸손해서 저렇게 말한 거라고 생각하진 마세요. 정말로 시간이 지나도 글이 늘지 않은 증거물을 갖고 저를 찾아오니까요.
 
처음에는 골고루를 해답으로 제시했어요. 골고루 읽고 다양하게 써보아라. 시인이 되겠다고 시집만 읽거나 소설가가 되겠다고 소설만 읽고 극작가가 되겠다고 극본만 읽는 사람은 바보이다. 이 답안은 어느 정도는 먹혔어요. 그런데 일정 수준에 다다르니 골고루 삼다로도 성장 정체를 막아낼 수 없더라고요. 게다가 그다지 삼다를 하지도 않고, 그러니까 당연히 골고루 삼다도 하지 않는데도 글이 시원시원하게 느는 친구들이 보이더라고요. 역시 타고난 재능이 우선인 걸까? 노력도 재능이라는 평소의 내 신념은 로맨틱하지만 진실은 아닌 걸까? 저는 고민에 빠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제가 어린이 글쓰기 지도 경력까지 합산하면 꼬박 20년인데, 10년차에 접어든 즈음이었어요. 어린이와 중학생은 사라지고 일반인과 입시생이 반반이었던 시절이죠.
선생님과 공부를 하면 신기하게 글이 늘어요.”
 
어라? 시원시원하게 글솜씨가 느는 학생 하나가 저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겁니다. 그 말을 받아서는 또 다른 시원시원 느는 학생이 맞아 맞아 하면서 맞장구를 칩니다. 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같아 보이지 않더군요. 어떤 학생은 수업이 거듭되어도 글솜씨가 별로 늘지 않는데 어떤 학생은 수업이 거듭될수록 는다. 단순한 궁합 문제가 아니라 뭔가 있다. 그래서 제 수업의 특징과 실력이 느는 학생들 태도의 상관성을 살폈어요.
 
그러다가 마침내 답을 찾아냈지요. 아아, 삼다가 아니라 삼선다(三繕多)로구나! 삼다의 한가운데에 고칠 선()을 넣었습니다. 고치려고 애쓰는 태도가 비결이었어요.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삼다를 실천하는 학생이나 그렇지 못한 학생이나 수업이 거듭될수록 글솜씨가 느는 학생들에게는 고치라!” 권유하는 제 말을 받아들여 정말로 고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지금까지는 저는 학생들이 기억하기 쉽게 의도적인 비문으로 단순화시켜서 이렇게 말합니다.
 
고쳐 읽어라. 고쳐 써라. 고쳐 생각하라.”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즉 삼다는 비결의 겉모습이었지 전부는 아니었던 겁니다. 읽은 것의 내용과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이렇게 저렇게 고쳐보고, 자신이 쓴 것을 다양한 각도로 손을 대어 고쳐보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걸맞게 바꿔가는 과정. 그러한 과정이 선생인 저에게는 커리큘럼이었고 학생인 그들에게는 수업 태도였던 겁니다.
 
여러분, 세상의 모든 창작은 답습이 아니라 개선입니다.
처음에는 손을 댈수록 망가뜨리기도 하겠지요. 그게 무서워 고침을 중단하면서부터 여러분의 창조적 재능은 화석이 되어갑니다. 자꾸 고치십시오. 남의 것도 고치고 내 것도 고치십시오. 눈에 보이는 문장도 고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도 고치십시오.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까 고민하는 습성이 성격이 되면, 그 성격은 고스란히 여러분의 실력이 될 것이며, 그 실력은 여러분의 운명을 바꿔놓고 말 것입니다.


 


 

│유용선 (시인, 작가)

독서학교 대표. 1999년 이후 독서지도와 문예창작을 접목시킨 글쓰기 코칭을 연구하고 있으며, 그 열매로 『글쓰기는 스포츠다』(2008), 『낙서부터 퇴고까지』(2014)를 출간했다. 2017년부터는 수강생의 작품을 e북으로 출간하고 있다. 수강생의 개성을 철저히 존중하고 발전시키며 아류를 허용하지 않는 점이 그의 코칭의 가장 큰 특징이다. 경쟁률이 높기로 유명한 서울예대 수시 실기에 7년(2010~2016) 연속 합격생을 배출한 진기록 보유자이며 2017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에도 합격생을 배출했다. 기타 저서로 교양서인 『7일간의 독서여행』과 시집 『다시, 잊는 연습 걷는 연습』,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등이 있다


<한겨레 글터> 담당 과목
묘사적 글쓰기/책.글.잇.고 writng/맞춤법의 힘[on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