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생 출간 책소식] 요가 매트만틈의 세계_이아림(일상 속 글쓰기의 시작, 에세이 쓰기 수료)

  • 20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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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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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강생 작품



요가를 하다 보면 안 되는 것투성이다.
늘 쫓아가기 바쁘고 오른쪽 다린지 왼쪽 다린지 헷갈리고,
무엇보다 아프다. 온몸이 다. 숨 쉬는 것도 어렵다.
그러니 손을 뻗고 고개를 들고 간신히 균형을 잡는 사이,
적금 만기일이나 보험 납부액 따위를 떠올릴 여유는 없다.
최소한의 것만 받아들이고 사고한다. 겨우 매트 크기만큼의 세계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홀가분한 내가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맨몸으로 매트 위에 선다.”
어깨에 힘을 빼고 가뿐하게 살아가기 위한 일상 회복 기술
 
애쓰면 중간은 갈 줄 알았다. 오기로 버텨보았지만 어림없다. 우리는 긍정의 배신을 안다. 일도 사랑도 잘하고 싶고 완벽한 커리어와 단단한 자존감도 갖고 싶지만 그중 하나를 얻기도 쉽지 않다. 수많은 선택지 사이를 방황하고 한참을 망설이는 게 오늘을 살아가는 20~30대의 모습이다.
20대의 끝자락, 삶이 녹록지 않던 저자는 퇴사를 앞둔 어느 날 갑자기 숨 쉬기가 어려워졌다. 첫 공황장애였다. 질식할 것 같던 일상을 다독이려 요가를 시작하니 그제야 숨이 트였다. 요가의 기초인 호흡부터 똑바로 누워 수련을 마무리하는 사바아사나까지, 더듬더듬 동작을 배워나가며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려가기 시작했다.
4회 카카오 브런치북 금상을 수상한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는 첫 직장에서 사직을 권고받고 급여 지급 소송, 공황장애를 겪던 저자가 요가를 통해 숨 쉬는 법부터 다시 배우며 일상을 회복해나간 기록이다. 임금 체불, 회식 성희롱, 야근에 야근긴 수렁을 건너며 저자는 시시하고 터무니없는 매일의 굴욕에 무너지지 않고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에만 온 마음을 쏟기 위해, 와르르 무너지는 대신, 펑펑 울어버리는 대신, 땀을 쏟고 팔을 뻗으며 요가가 일러주는 삶의 기술에 귀를 기울인다.

 
좀 더 가볍게, 천천히 오래 오늘도 그렇게 나아가기로 했다.”
서두르지 않고 허둥대지 않고 나만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최소한의 삶
 
요가는 삶과 닮았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자세가 있고 옆 사람이 나보다 잘하는 걸 보면 질투가 난다. 노력해도 모자란 게 느껴지면 서글프다. 조바심 낼수록 어설퍼지는 게 우습다. 좋아서 선택한 건데 쫓기는 사람이 되어 어리벙벙하다. 분수를 모르고 무리해서 덤비면 가랑이가 찢어져 강철 같은 아픔에 시달린다.
그럴 때 요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겸허함인지도 모른다. 결심과 의욕만으론 할 수 없다. 인내를 가지고 단계를 밟아야 한다. 주변을 좇느라 무리해서도 안 된다. 시간을 쌓아가는 길, 멀리 오래 돌아가는 길이 요가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를 둘러싼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저자는 지금도 좁은 요가 매트 위에서 수시로 길을 잃는다. 무지하고 오만해서, 무모하고 소심해서 갈팡질팡한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을 외치며 고쳐 시도한다. 그렇게 손을 뻗고 고개를 들고 간신히 균형을 잡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리듬을 찾게 된다. 삶에서도 요가에서도 여전히 초보지만 아주 조금씩 나아가는 재미가 생긴다.
노력은 쌓인다. 상처가 아물면 우리는 좀 더 멀리, 오래 걸어갈 수 있다. 이것이 요가가 우리 삶에 보내는 응원이다. 때로 삶의 수많은 가능성에 압도당해 좌절하며 안간힘으로 하루를 버텨내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지은이
이아림
서른하나. 글을 쓰고 요가를 한다.
내 안의 부끄러움과 삶의 모순이 글쓰기의 원동력이다.
현재 중국에서 서비스되는 어린이 채널의 PD로 일하고 있으며 언젠가 생존이 아닌 생활이 담긴 잡지를 만들고 싶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2017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되어 제4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이 책이 삶의 굴욕에 무너지지 않고 오늘도 맨몸으로 헤쳐나가는 분들께 작은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본문 속으로
 

내가 요가를 통해 배워야 하는 건 겸허함인지도 모른다. 결심과 의욕만으론 할 수 없다. 인내를 가지고 단계를 밟아야 한다. 주변을 좇느라 무리해서도 안 된다. 시간을 쌓아가는 길, 멀리 오래 돌아가는 길, 그것이 요가에선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일도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분수를 안다는 건 무엇인가 자문해본다. 이것이 나의 한계인지, 조금 분발하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인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무리인지 아닌지는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때로는 다쳐가며, 아파해가며 배워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잘해내고 싶을 때, 무언가에 푹 빠져 있을 때 우리는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든다. 앞뒤 정황을 따질 새 없이 덤벼든다. 그것도 우리의 일상을 추동하는 힘일 것이다.
-pp.60~61 (10 가랑이가 찢어졌다)
 
요가를 하면 몸이 가뿐해진다. 어깨의 힘이 빠지고 팔이 더 멀리 나아가고 허리가 유연해지며, 더 성큼성큼 걸어나갈 수 있게 된다. 온몸으로 자유를 실감한다. 그럴수록 여성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더 행복해지고 싶어진다. 여성주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가 무엇이 나 자신의 삶을 견딜 만하게 하는가?”라고 물은 것처럼 여성이란 틀을 뛰어넘어 내 삶 전체를 관조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럴 때 난 분명 페미니스트다. 내 몸을 제약하는 것, 구속하는 것은 무엇이든 부당하며 그것을 다른 누구에게도 강요하고 싶지 않다.
-p.82 (14 요가라는 페미니즘)
 
돈을 얼마큼 벌어야 충분할까. 일은 얼마나 해야 충분할까. 주변의 인정은 얼마나 받아야 충분할까. 옷장에 옷은 얼마나 많아야 충분할까. 마음 나누는 친구는 몇 명이나 있어야 충분할까. 하루 식사는 얼마나 먹어야 충분할까. 말은 얼마나 해야 충분할까. 경계 없이 많을수록, 빠를수록, 클수록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자신만의 기준을 새롭게 세워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나는 지금 이대로 충분한지도 모른다.
-p.118 (21 이것으로 충분하다)
 
도대체 일이란 뭘까. 밥벌이란 뭘까. 감내하고 포기하고 희생하면서 회사도 돈을 벌고 우리도 돈을 벌지만 그것으로 충분할 리 없잖은가. 그것으로 괜찮을 리 없잖은가. 열심히 산다는 게 뭔가 싶다. 밤샘 근무와 야근으로 자신의 열심을 증명해내면서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 되돌아보면 시간이 가장 만만했다. 잠자는 시간을 포기하고 이동하는 시간을 아끼면서, 촌각을 다투며 살면 열심히 사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이 별건가. 결국 시간으로 이뤄진 게 인생이라고 한다면 제 시간을 포기하면서 자기 인생을 산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pp.166~167 (31 지금의 나)

내용 출처 : 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