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의 시간에 보여주는 동영상이 있습니다. ‘오바마 한국기자’ 라는 키워드를 치면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영상입니다. 2000년 G20 폐막식 때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도중 일어난 에피소드를 담은 영상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폐막식 연설 도중 개최국인 한국에게 질문권을 줬습니다. 갑작스러운 오바마의 제안에 질문하는 한국인은 아무도 없었고 그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이 일을 사건으로 만들었습니다. 한국기자를 대신해 질문하려던 중국기자를 거절하면서까지 한국인에게 질문권을 주려고 한 오바마의 배려는 ‘한국인 망신’이라는 영상을 나오게 했지요. 이 영상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문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고 왜 질문을 못하는지 화가 난다고 말합니다. 더한 반응도 있습니다. ‘저 영상은 공교육에 대한 직격탄이다.’ 라는 공격적인 감정을 드러내거나 ‘저렇게 불편한 영상을 왜 보여주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인’ 이라면 당연한 반응 일겁니다. 하지만 스스로 반문해 봅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질문할 수 있었을까?

선뜻 질문할 수 있다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알맞은 질문인지 고민되고 질문 수준이 낮으면 어쩌나 걱정되고 뭐 이런 비슷한 이유로 우리도 질문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 영상을 본 EBS 기자가 말한 ‘우리에겐 질문도 답인 것 같아요.’ 라는 말에 공감됩니다. 우린 왜 질문하기가 힘들까? 그 중 하나는 질문에 갖고 있는 우리의 고정관념도 있을 겁니다. 떠오르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보지요. ‘질문’의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했던 일입니다. 몇 년 전 초등대상 독서캠프에서 ‘질문하는 독서’ 로 특강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여러분은 질문을 잘하나요?’ 라고 물었지요. 그러자 어떤 학생이 ‘우리 반에 질문을 많이 하는 아이가 있어요. 걔는 학원을 안다녀서 그래요.’ 라고 답하더군요.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그것도 모르냐고 아이들이 놀리기도 한다는 것’, ‘모르는 것을 물으면 공부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등의 이야기를 더 들었습니다. 씁쓸했지요. ‘질문’은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이고 모르는 것을 묻는 ‘질문’은 긍정적이진 않다. 이것이 그 학생이 가진 ‘질문’에 대한 생각이었고 그것이 곧 ‘질문’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 이였습니다. ‘질문’으로 책 읽기가 가능할까? ‘질문’의 의미를 바꾸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질문’을 정말 잘하는 민족이 있습니다. 유대인 도서관 ‘예시바’에서 시끄럽게 질문하는 유대인들입니다. ‘예시바’에선 한 권 의 책을 두고 두 명씩 앉아 서로 질문하고 답을 합니다. 이것이 ‘하비루타’라는 독특한 그들의 학습방법 입니다. 하지만 제가 눈여겨 본 것은 질문을 나누고 있는 ‘책’이였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성경 ‘토라’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듣고 배웠을 ‘토라’에 모르는 것이 있었을까? 그들은 ‘토라’ 내용에 질문을 하고 ‘랍비’가 아닌데 답을 해줍니다. 저들끼리 묻고 답해도 될까? ‘토라’를 두고 시끄럽게 토론하는 ‘예시바’ 도서관이 참 낯섭니다. 분명한 건, 유대인들은 ‘질문’의 의미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예시바’가 시끄러운 거라는 거죠. 그들에게 ‘질문’은 뭘까? 그들에겐 ‘질문’은 ‘호기심’, ‘자기표현’ 그리고 ‘타인수용’일 겁니다. 사회에서 선행된 지식, 정해진 사실이라도 다르게 보는 ‘호기심’을 갖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 생각을 듣고 싶다는 ‘표현 도구’로 질문을 하는 겁니다. 그래야 ‘토라’로 질문하는 ‘예시바’의 시끄러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모르는 것 있으면 질문하세요.’,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으면 질문하세요.’ 라는 말에 익숙해져 호기심어린 질문이 사라진 걸까요? 정해진 사실과 지식을 외우는 데 급급해져서 질문이 사라진 걸까요? 사라진 질문을 되찾기 위해서도 우리에겐 호기심으로 무장한 ‘자기표현’, ‘타인수용’ 의미의 질문하며 책 읽기가 필요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질문하면서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독서습관’이라고 말합니다. 뇌 과학자 김대식 교수도 ‘책은 나만의 질문을 찾을 수 있는 길을 뚫어준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렇습니다. ‘질문하기’는 책을 ‘잘’ 읽게 하는 방법입니다. 책을 가장 능동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이구요. 또, ‘사유하며 책 읽기’의 지름길입니다. 하지만 모르는 것, 이해되지 않는 것을 묻는 지식확인 질문은 한계가 있습니다. 호기심으로 무장한 다양한 관점의 질문이 필요하지요. 타인의 의견을 수용할 마음이 있는 열린 ‘질문’도 필요하구요. 또, 책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시키는 질문, 사회에도 적용이 가능한지 묻는 질문도 해봅니다. 의도적으로 반대 질문을 하는 시도도 재미있습니다. 사회의 결에 반대되는 질문을 해보는 거지요. 이런 질문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질문을 할 때 저자의 의도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는 겁니다. 저자도 하나의 독자라고 생각하십시오. 스스로 던지는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질문을 즐기십시오.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요리조리 질문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문(自問)이 된다는 것은 살아있는 생각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생동하는 ‘생각하기’의 즐거움을 맛본다는 거지요. 이 묘한 맛 때문에 ‘마이클 샌델’도 ‘김대식’도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자독자문(自讀自問)하는 것일 겁니다.


* 으랏차차 독서고수 되기, 꿀팁 *

Q. 서점에 가서 책도 살펴보고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은 한 번씩 읽으려 합니다. 그런데 가끔 책을 읽는데 이해가 되지 않아서 힘들 때가 있어요. 아는 게 적어서 그렇지만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나 라는 생각도 합니다. 책을 읽고 이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대 청년)

A. 마음먹고 책을 읽는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툭툭 나오면 내용의 맥이 끊겨 버리죠? 이런 횟수가 잦아지면 책 읽는 재미도 몰입도 떨어집니다. 그럼 결국, 책을 구석에 쌓아놓겠지요. 초보독자는 내 지식이 얇은 거야, 책을 어렵게 쓴 거야 이런 저런 탓을 합니다. 그래서 먼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플래그나 모서리를 접어 표시해가면서 처음 한 번은 통독으로 끝까지 읽기를 권합니다. 책 읽기에서 재독은 당연한 거랍니다. 처음보고 사람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의 생각이 쓰여 진 책을 한 번 보고 다 알 수 있을까요? 이해가 되든 안 되든 통독으로 책을 한 번 읽고 난 뒤,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겠지요.
책을 ‘이해한다’라는 의미를 쉽게 설명하자면 책의 내용이나 의미를 나의 어휘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책을 잘 이해한다.’는 내가 들은 것, 본 것, 아는 것 등의 경험과 배경지식을 총 동원해 나의 말로 잘 바꾸어지는 겁니다. 이때, 기억으로 저장된 지식이 잘 떠올라야 되죠. 관계된 경험, 지식이 없거나 적으면 이해가 잘 되지 않겠죠?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혼자 읽을 때는 이해되지 않는데 다른 사람 경험을 들으면 새롭게 기억이 떠오르는 경우. 단순히 기억력이 나빠서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책을 이해하기위해 경험과 지식을 떠올리려 적극적인 노력을 한 일이 없어서 일겁니다. 그래서 잘 이해하기 위해 먼저, 기억의 되새김으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떠올려가며 읽습니다. ‘내 느낌으론~, 내가 아는 단어로는~, 내 경험으론~, 내가 아는 내용으론~’ 이런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해는 ‘주관적인 이해’ 쪽에 가깝습니다. 책의 맥락을 고려하기보다 자신의 스키마로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객관적 이해’를 위해선 책의 배경과 전제, 사건의 흐름, 주장, 용어의 의미 등에서 맥락을 찾아 그 맥락에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버무려야 합니다. 하지만 초보독자에게는 힘들겠지요? 처음부터 객관적 이해를 위한 책읽기는 힘들 겁니다. 그래서 먼저, 나의 경험, 지식을 사용한 주관적인 이해로 읽고. 그것을 기준으로 맥락을 분석하고 근거가 될 만한 문장을 책 여기저기에서 찾아가는 객관적인 이해로 넓혀갑니다. 다른 사람의 서평을 읽거나 독서토론을 하면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Thanks Book ! /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www.tgiv.org

글│서미경 한국독서문화연구소 공동대표

'읽기가 뭐지?'란 궁금증에 대학원에서 독서학을 전공했다.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청, 대학, 기업, 도서관에서 강의하던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서'에 대한 남모를 걱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이런 걱정을 터놓고 싶은 사람들을 한겨레 글터 독서고수(독서법)과정에서 만나고 있다. '책'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읽기'를 고민하며 '읽기는 가장 능동적인 사고경험'이라고 얘기한다.